트레이너 한국에 보낸 SF 구단…100% 회복으로 화답한 이정후
이정후 "재활하며 심적으로는 더 성숙"
(영종도=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아버지 이종범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1.13
(영종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은 이정후(26)의 재활을 돕고자 구단 트레이너를 한국에 파견했다.
이정후는 한국에 머문 약 100일 동안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훈련에만 몰두했다.
구단의 관심에 성실한 훈련으로 화답한 이정후는 "현재 내 몸 상태는 100%"라며 자신감을 안고, 1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정후는 2024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천300만달러의 대형 계약을 하며 빅리그에 입성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붙박이 1번 타자로 뛰던 이정후는 5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벌인 신시내티 레즈와 홈 경기 중 어깨를 다쳤고, 수술대에 올랐다.
MLB 첫 시즌을 37경기,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2도루, OPS(장타율+출루율) 0.641로 마친 이정후는 절치부심하며 두 번째 시즌을 준비했다.
스프링캠프 시작을 약 한 달 앞두고 출국한 이정후는 "재활에 신경 써 준 구단, 응원해주신 팬들을 위해 올 시즌에는 건강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이정후와의 일문일답이다.
(영종도=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2025.1.13
-- 국내에 머문 약 100일 동안 어떻게 지냈나.
▲ 샌프란시스코 구단에서 트레이너를 한국으로 보냈다. 매일 내 훈련 경과를 구단에 보고했다. 구단 트레이너와 함께 훈련하면서 몸 상태를 100%로 만들었다. 나를 챙겨주는 구단에 보답하고자 더 열심히 훈련했다. 정말 '완벽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시범경기도 구단이 원하는 시점에 출전할 수 있다. 실내에서 피칭 머신의 공을 쳤다. 미국으로 건너가면 실외 훈련을 시작한다. 빨리 실외 훈련을 하고 싶어서 출국을 서둘렀다.
-- 친구 김혜성이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입단했다.
▲ 김혜성이 포스팅 절차를 밟는 중에 자주 연락했고, 최근에도 만났다. 좋은 팀에 가게 된 것에 축하 인사도 했다. 둘이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에서 뛰게 돼 좋다. 나도 부상 후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중이라, MLB 데뷔를 앞둔 혜성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서로 '힘내자'고 응원했다. 혜성이에게 미국 생활, 구단의 선수층, 구단의 스타일 등 내가 아는 정보는 다 전달했다. 막상 같이 경기를 치르면 서로를 의식할 겨를이 없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뛴) 김하성 선배와 경기할 때도, 경기 전까지만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 미국에 김혜성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가.
▲ 예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박지성 선수와 비슷하다고 설명하겠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의미다. 혜성이의 실력은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함께 뛰면서 혜성이와는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함께 뛰게 돼 기쁘고 신기하다.
(영종도=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13
--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는 라이벌 구단이다.
▲ 두 팀이 붙으면 선수 소개 때 야유가 나온다. 지난해 그런 분위기를 즐겼는데, 혜성이도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
-- 훈련 일정은.
▲ 키움 히어로즈 선수 몇 명이 스프링캠프 선발대로 애리조나에 가 있다. 키움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다가, 25일에 스코츠데일 훈련장으로 넘어갈 계획이다. (14일 출국하는) 김혜성은 바로 다저스 훈련장을 쓴다고 해서, 함께 훈련할 시간은 없을 것 같다.
-- 샌프란시스코가 김하성을 영입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 김하성 선배가 좋은 조건으로 계약했으면 좋겠다. 분명히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사실 샌프란시스코 구단에서 김하성 선배의 몸 상태 등에 관해 묻기는 했다. 내가 적극적으로 답할 상황은 아니었다.
-- 부상 당한 뒤 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텐데.
▲ 그런 시간이 있어서 더 성숙해진 것 같다. 지난해 MLB 첫 시즌은 그냥 자신감만 가지고 덤볐다. 지금은 차분하게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마음가짐은 지금이 더 시즌을 치르는 데 유리할 것 같다.
--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 부상 없이 풀 타임을 소화하고 싶다. 키움 마지막 해(발목 부상)와 샌프란시스코 첫해(어깨 부상)에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다. 올해는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하고 싶다.
(영종도=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13
-- 외신에서 '이정후가 뭔가를 증명해야 할 시즌'이라고 표현하던데.
▲ 야구 선수는 매 시즌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이번 시즌에 특별히 더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해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강하다.
-- 2018년에 어깨를 다쳐 수술받고, 2019년부터 좋은 활약을 펼친 기억이 있다.
▲ 그때보다 더 여유롭게 재활했다. 지금 몸 상태가 훨씬 좋다. 아프지 않으니, 이제 정말 야구만 잘하면 된다.
-- 방송 출연 등을 정중하게 고사했다고 하던데.
▲ 개인 방송을 하는 많은 야구 선배님이 좋은 취지로 섭외 전화를 하셨다.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이번 겨울은 재활에 집중하고 싶었다. 선배님들이 모두 이해해주셨다. 올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내 다시 찾아뵙고 싶다.
-- 걱정되는 게 있다면.
▲ 의욕을 조절해야 한다. 지난해 파울 타구에 맞아 몸이 안 좋았다가 회복해서 지나치게 의욕을 부리다가 어깨를 다쳤다. 올해는 더 차분해지겠다. 짧게 뛰었지만, 지난해 MLB를 경험하면서 내 문제점을 파악했다. 재활 훈련을 하면서도 기술적인 고민도 많이 했다. 열심히 훈련해서 결과를 보여주고 싶다
-- MLB 예측 시스템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예상했는데.
▲ 기대해주신 만큼 보여드리고 싶다.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을 유지하며 많은 경기에 뛰는 것이다.
-- 저스틴 벌랜더가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했다.
▲ 슈퍼스타와 함께 뛰게 돼 영광이다. 수비, 공격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
-- 팬들이 공항에 많이 나오셨다.
▲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지난해 시즌을 아쉽게 마감했으니, 절치부심해서 올해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