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분30초마다 뇌진탕, 매년 13명 사망…복싱, 스포츠인가 ‘논란’
12분30초마다 뇌진탕, 매년 13명 사망…복싱, 스포츠인가 ‘논란’
최근 복싱은 전 세계적으로 다시 한 번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프로 경기뿐만 아니라 유명 인사들이 참여한 대결에도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서남아시아 대표 스포츠 매체 알자지라는 28일 ‘복싱, 과연 스포츠로서 금지돼야할가’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복싱 매치에는 4만 명이 몰렸다. 올렉산드르 우시크-타이슨 퓨리 간 맞대결이었다. 두 선수에게 주어진 상금 총액은 무려 1억 9100만 달러(약 2819억원)로 전해졌다. 복싱 전설 마이크 타이슨과 유튜브 스타 제이크 폴이 맞붙는 경기는 약 6000만 가구에 달하는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경기를 직접 관람한 7만 2000명은 총 수익 1810만 달러(약 267억원) 수익을 만들어냈다.
복싱은 경기 특성상 상대에게 신체적 피해를 입힌다. 다른 투기도 비슷하지만, 복싱처럼 상대가 포기할 때까지, 저항하지 못할 때까지, 심각한 신체적 피해를 입을 때까지 타격하는 스포츠는 별로 없다.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심각한 타격이 칭송을 받을 정도다. 알자지라는 “다른 스포츠들은 뇌진탕과 같은 부상에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복싱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의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경학자 에자즈 샤밈 박사는 “복싱은 다른 접촉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뇌진탕 발생률이 가장 높은 종목 중 하나”라며, “경기 중 머리에 타격을 받을 때마다 뇌가 두개골 내부에 충격을 받으며 외상성 뇌손상(TBI)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싱 경기에서는 평균 12.5분마다 뇌진탕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복싱 위험성은 사망률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복싱 경기로 인한 연평균 사망자는 13명에 달한다. 1950년부터 2007년까지 339명이 링에서 사망했다. 저체급 선수들은 더 높은 사망률을 경험한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복싱이 가장 많은 부상을 기록했다. 앞선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BMX에 이어 두 번째로 부상이 많았다. 미국 신경외과 협회는 복서의 90%가 외상성 뇌손상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복싱은 세계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영향을 미친다. 2021년 기준, 미국에서만 670만 명이 복싱에 참여했다. 글로벌 복싱 장비 시장은 16억 달러(약 2조 3616억원)에 달한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코너 맥그리거 간 대결에서는 단일 경기로만 3억7500만 달러(약 5535억원) 수익을 기록했다.
복싱을 옹호하는 주장도 설득력 있다. 이들은 복싱이 젊은이들에게 자신감, 훈련, 규율을 가르치고 사회적 악영향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세계복싱연맹(WBF)도 “복싱이 사회적 문제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건강한 대안을 제공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복싱은 1904년에 올림픽 무대에 처음 등장했고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잠시 중단됐지만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다. 여자복싱은 2012년 런던대회부터 정식종목이 됐다. 2016년 리우 올림픽부터는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프로선수들도 올림픽에 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복싱을 스포츠에서 퇴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목할만 하다. 카밀라 스와트-애리스 교수는 “복싱은 많은 안전 개선을 통해 선수들의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며 “스포츠의 본질이 고위험군에 속하지만 부상과 사망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 저널리스트이자 무술 코치인 필립 오코너는 “복싱의 본질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모든 변화를 수용하고 이를 통해 선수들의 안전과 스포츠의 공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