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아직 한창 '가을야구' 중이지만 국내 MLB 팬들의 한쪽 눈은 일찌감치 자유계약(FA)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LA 다저스가 10일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워싱턴에 역전패하며 탈락해 시즌이 끝난 탓이다. 지난해 퀄리파잉오퍼(QO)를 수락해 다저스에 1년 더 남았던 류현진은 공식적인 FA 신분 선수가 됐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도 FA시장에 나선 적이 있지만 1년전과 지금의 입지는 천지차이다. 2018시즌이 끝난 상황에서 류현진은 이제 막 치명적인 어깨부상에서 회복된 선수였고, 심지어 타팀과 계약시 해당팀이 드래프트권 한장을 상실하는 ‘제한적 FA’ 신분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시즌 내내 사이영 수상자 1순위로 거론될 정도로 맹활약했고, 결국 NL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따냈다. 게다가 QO 수락 후 1년 재수하며 ‘제한적 FA’에서도 벗어났다. 이제 류현진은 본인이 원하는 모든 팀에 제한없이 이적할 수 있는 ‘비제한적 FA’다.

당연히 류현진이 받게 될 대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적지않은 나이와 부상 경력 등 변수가 많아 팬들도 그의 행선지와 맺게 될 계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일단, 류현진은 5차전 종료 뒤 인터뷰를 통해 “FA 행선지 선택에서 최우선적으로 나를 얼마나 인정해주는 지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세계에서는 연봉의 규모가 선수와 구단간의 관계를 규정한다. 결국, 다저스 잔류에 연연하지 않고 최고 계약을 주는 팀으로 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이를 좀더 명확히 했다. 디비전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약 기간과 총액, 둘 다 포기할 수 없다”고 밝힌 것. 올 시즌 만든 리그 정상급 성적을 기반으로 최고 계약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변수는 차갑게 식어버린 FA 시장의 분위기다. 최근 몇 년간 MLB는 유망주들의 빅리그 성공률이 급상승하며 연봉이 저렴한 신인급 선수들을 베테랑보다 선호하는 흐름이 정착돼 왔다. 이에 따라 몇몇 특급 FA를 제외하고는 시장가가 과거보다 많이 내려온 상태다. 만일 다수의 팀들이 과거 부상경력을 문제시할 경우 류현진도 이런 시장 분위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이 경우 연봉은 어느정도 보장받더라도 장기계약은 받기 힘들다.

그러나 올해 성적을 향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팀이 더 많을 경우 ‘대박계약’도 가능하다. 류현진의 2019 시즌 기록이 어느 팀이라도 탐낼만한 특급투수의 성적인 덕분이다. LA 에인절스, 샌디에이고 등 우승 도전 의지가 있으면서 A급 선발 보강이 절실한 팀들의 경우 류현진의 미래에 거액 베팅을 할 여지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