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파커, 진격을 멈추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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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3
토니 파커, 진격을 멈추다
옛 전쟁에서 선봉장은 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초반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이어질 후속 전투들, 더 나아가 전쟁의 전체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선봉장이자 돌격대장으로서 코트라는 전장을 쉼없이 누벼온 토니 파커가 떠났다. 파커는 지난 11일(한국시간) 2018-2019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1254경기. 평균 15.5득점 5.6어시스트. 6번의 올스타. 4번의 파이널 우승과 유럽 선수 최초 파이널 MVP. 파커는 위대한 NBA 커리어를 마무리하며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농구 인생은 ‘엄청난 여정’이었다고 표현했다. 마지막 18번째 시즌을 자신의 우상인 마이클 조던이 구단주로 있는 샬럿 호네츠에서 보내긴 했지만, 누가 뭐라 해도 파커는 17시즌 동안 샌안토니오에서 뛰면서 팬들을 울고 웃게 만든 샌안토니오의 영웅이었다.
이처럼 샌안토니오의 찬란한 역사를 써내려간 파커의 여정은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빅3’로 불렸던 팀 던컨과 마누 지노빌리를 위시한 든든한 아군들이 파커의 곁에 있었고, 반대로 수많은 경쟁자들이 코트 위에서 그와 부딪혀갔다.
그러나 파커가 이별을 선언한 순간만큼은 적, 아군의 구분이 없었다. 그의 은퇴 소식에 수많은 선수들의 찬사와 아쉬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파커와 수년간 가드 포지션에서 맞대결을 펼쳐 온 크리스 폴은 그를 “멘토이자 경쟁자면서, 형제”라고 표현했다. 또한 파커의 전매특허 기술이었던 스핀 무브를 언급하며 그의 플레이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파커와 같은 프랑스 출신의 루디 고베어는 “불가능이 없음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사람”이라며 고향 선배에 대해 감사를 전했다.
샌안토니오의 레전드이자 한 해 먼저 코트와 작별한 지노빌리는 “파커와 많은 것들을 함께해서 영광”이라며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고 “이제 테니스를 칠 시간”이라 덧붙이며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그 외에도 데이비드 로빈슨, 드웨인 웨이드, 자말 크로포드, 루디 게이, 파우 가솔 등 수많은 선수들이 파커를 향해 찬사를 보냈다.
“마지막 우승 시즌을 파커와 함께 보낸 것, 그리고 이렇게 오랜 시간 팬으로서 그를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 데이비드 로빈슨. 로빈슨은 1989년 데뷔하여 2003년에 은퇴하기까지 줄곧 샌안토니오에서만 뛰며 두 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파커가 쌓아온 커리어는 놀랍다. 위대한 시즌들을 보내온 파커에게 감사를 전한다.”
- 드웨인 웨이드. 웨이드는 마이애미 히트의 유니폼을 입고 2년 연속 파이널에서 샌안토니오를 상대한 바 있다. 2013년에는 마이애미, 2014년에는 샌안토니오가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프랑스 농구를 위한 노력들, 그리고 내가 커리어의 첫 발을 뗄 수 있게 도와준 것에 대해 감사를 전한다.”
- 니콜라스 바툼. 프랑스 대표팀 동료였던 바툼은 자신의 농구인생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선수로 단연 파커를 꼽아왔다.
“우리도 NBA라는 무대에 도전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 타보 세폴로샤. 스위스 출신으로, 그 역시 파커의 영향을 받은 선수 중 하나였다.
“파커의 18시즌 중 한 시즌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 마일스 브릿지스. 2018년 드래프트에서 12순위로 샬럿에 지명되어 파커의 마지막 시즌을 지켜봤다.
“언젠가 내 아이들에게 토니 파커의 라커룸 옆 자리가 내 자리였다고 말할 것이다.”
- 코디 젤러. 역시 샬럿 동료로서 파커의 18번째 시즌을 함께 했다.
“오늘 한 명의 전설이 은퇴를 선언했다. 수많은 젊은 유럽 선수들이 그를 보고 NBA의 꿈을 키웠다.”
- 파우 가솔. NBA와 국제 경기에서 파커와 줄곧 맞붙어왔으나, 2016년 샌안토니오의 유니폼을 입으며 그와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위대한 커리어를 보낸 챔피언의 은퇴를 축하한다.”
- 제이슨 테리. 텍사스 지역 라이벌이었던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전성기를 보내며 파커와 맞붙어왔다.
“명예의 전당에 어울리는 선수로서, 훌륭한 팀 동료이자 친구였다.”
-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감독. 커는 선수 시절 자신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3년 샌안토니오 소속으로 파커와 함께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파커가 19세일 때부터 함께하면서 선수, 인간, 사업가로서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독특하고 멋있는 사람이자, 내가 오랫동안 사랑해온 녀석이다.”
- 그렉 포포비치 샌안토니오 스퍼스 감독. 데뷔 초 파커는 포포비치에게 온갖 욕을 먹어가며 혹독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파커는 지적받은 부분을 강한 승부욕으로 승화시키며 차츰 성장했고, 결국 샌안토니오에서 4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처럼 포포비치의 애제자로서, 그리고 스퍼스의 일원으로서 승리를 향해 박차(spur)를 가해온 파커는 이제 제 2의 인생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가 표현한대로 ‘엄청난 여정’을 마친 파커가 앞으로 써내려갈 ‘새로운 여정’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