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태완과 군인들 상주 축구에선 '맨시티 향기가 난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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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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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태완과 군인들 상주 축구에선 '맨시티 향기가 난다
상주 상무의 축구는 유기적이며 과감하다.
상주가 인기 구단은 아니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 1318명을 기록했다. 상주가 다른 팀들의 연고지에 비해 규모가 작고, 군 팀의 특성상 선수들의 이동이 커서 팀에 애착심을 갖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군 복무를 해야 하는 대표급 선수들이 선택하는 팀으로 선수 구성만은 탄탄하다. 상주가 2016년 승격한 뒤 4시즌을 K리그1에서 살아남은 비결이기도 하다.
2019시즌 상주는 한 번 더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김태완 감독을 중심으로 빠르고 유기적이며 과감한 공격 전술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상주는 이번 시즌 초반 3경기에서 6골을 넣으면서 3연승했다. 4라운드에서 FC서울의 견고한 수비에 막혀 0-2로 무너졌지만 슈팅에선 17개를 시도하면서 서울을 압도했다.(서울 9개)
이번 시즌을 앞두고 진행한 겨울 전지훈련에서 상주는 영상을 자주 보며 훈련했다고 한다. 맨체스터시티와 리버풀 등 유럽 축구 경기를 자주 봤다는 후문. 주장 김민우는 경기 이후 "어느 팀을 딱 꼽을 순 없다. 선진 축구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 코치님이 선수들에게 그런 점들을 알려주시고, 선수들도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상주 선수들도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이라고 말했다.
상주가 맨시티 같은 축구를 한다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맨시티처럼 유기적인 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김태완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같이 공유하고 공간을 찾아들어가면 좋겠다고 준비했다. 비디오 미팅도 하고 준비했던 게 나왔다. 상대가 대처하다보니 제대로 안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까진 괜찮다. 계속 밀고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 "지단보다 펩" 김태완 감독 ⓒ유현태 기자
상주의 전술적 특성은 과감한 포지션 파괴에서 시작된다. 상주는 스리백을 펼친다. 김영빈, 김경재, 권완규가 스리백으로 나왔다. 김영빈과 권완규는 공격적으로 전진한다. 단순히 공을 전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측면 공격에 가담해 직접 크로스까지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윙백들이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서 만들어지는 이른바 '하프스페이스'를 중앙 공격수들이 공략하는 것. 전반 11분 권완규-송시우-신창무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기회를 만든 시발점이 바로 중앙 수비수였다.
김 감독은 "공격할 때 물러나 있는 것보단 한 선수라도 더 올라가도록 한다. 상대 공격수를 막을 정도만 남겨둔다. 공격수 2명이 있다고 꼭 3명을 두고 이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숫자 활용을 이번 시즌부턴 좀 파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메이션이 집착하지 않고 선수 배치를 유연하게 하는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생각과 비슷하다.
좁은 공간에서 롱킥 대신 짧은 패스로 풀어나가는 점도 특징이다. 포지션을 깨고 후방부터 침투하는 선수가 많으니 수비진도 혼란에 빠진다. 당연히 수비 간격이 깨지고 빈틈이 발생한다. 서울전 무득점은 서울 수비진의 간격 유지와 의사 소통이 워낙 좋았던 것뿐 아니라, 몇 차례 좋은 찬스를 놓친 것이 뼈아팠다. 후반 종료 직전 윤빛가람의 침투에서 시작해 권완규-박용지의 슛, 이어진 이규성의 패스와 박용지의 2차 슛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상주의 축구를 설명할 수 있는 공격 전개였다. 후반 8분 안진범의 크로스에 송시우가 절묘하게 빠져들었지만 헤딩이 부정확했던 장면도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선수들도 짧은 패스 축구에 믿음을 갖고 있다. 김민우는 "앞에 3경기에서 보셨듯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려고 한다. 상대 빈 공간을 어떻게 찾아가는지가 중요하다. 아직 보여줄 게 더 많고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세밀한 빌드업에도 무게를 둔다. 스리백이 넓게 벌려서서 빌드업을 시작하고 필요할 경우 전진하면서 공간을 확보한다. 대신 이규성, 윤빛가람 등 후방에서 공격의 키를 잡는 미드필더들이 후방을 받친다. 여기서도 포지션 파괴가 발생하는 것인데 상대 압박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공격 때엔 상주의 최후방을 윤빛가람이 지키는 경우도 있다.
당분간 상주의 유기적이고 세밀한 축구는 이어질 전망. 이미 3연승하면서 효과를 본 데다가 조직력도 오랫동안 다졌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로테이션은 팀에 문제가 없다면 큰 변화가 없어야 한다. 9월부터 발을 맞춘 선수들이 있고, 나머지 선수들도 준비는 잘했지만 호흡 문제에선 분명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바라는 점은 역시 팬들의 성원이다. 헤어 스타일 때문에 레알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 맨시티의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과 비교된다는 김 감독은 "역시 과르디올라가 더 좋다"고 말한다. 그는 "리그 1위할 때 팬들이 많이 없었다. 1만 명 쯤 들어차면 계속 1위를 해보지 않을까 싶다. 팬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원정 오면 어려운 점이 그런 것이다. 응원을 듣고 선수들도 한 발 더 뛸 수 있다. 우리 경기에서도 팬들의 응원을 듣고 선수들이 더 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