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대전 조현우와 김승규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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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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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 대전 조현우와 김승규
생각해 볼 문제일 것 같다.
어제 콜롬비아전을 지켜본 전 국가대표 수비수 김형일은 대표팀 주전 골키퍼에 대한 생각 하나를 꺼냈다.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를 쓰는 건 당연하고 존중할 일이다. 뒤(수비)에서부터 패스로 풀어 나오는 축구를 선호하는 벤투 감독은 발이 좋은 김승규를 우선한다.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위해서다. 그런데 우리(대표팀)가 최종적으로 바라보는 건 월드컵 본선 아닌가. 월드컵 본선에서 싸울 상대는 기본적으로 우리보다 강하다. 그렇다면 발도 발이지만 손 잘 쓰는, 세이브 능력이 뛰어난 키퍼가 보다 필요할 수도 있다.”
골키퍼가 발을 잘 쓴다는 건 뒤에서부터 롱 볼을 차거나 걷어내지 않고 짧은 패스로 하나 둘 만들어 나오는 축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를 지배하고 볼 점유율을 높이는 공격적인 형태다.
김형일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평가전이나 아시아 무대라면 우리가 경기를 지배하면서 볼을 오래 소유, 공격을 주도하는 게 가능하다. 이럴 때는 발을 쓰는 골키퍼가 뒤에서부터 차근차근 패스로 만들어주는 빌드 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한국이 경기를 지배하면서 풀어나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근의 러시아 월드컵만 봐도 한국은 3경기 모두 점유율에서 밀렸다. 스웨덴전 48%, 멕시코전 41%, 독일전 30%의 점유율이었다. 상대에게 볼을 내주고 경기할 때는 아무래도 공수 전환 속도가 중요하다. 상대에게 슈팅도 많이 허용할 수밖에 없어 골키퍼의 경우도 발로 패스를 만들어나가는 장면보단 슈팅을 막느라 손으로 세이브를 해내는 플레이가 많고 중시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 월드컵 때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가 눈에 띄었던 이유기도 하다.
벤투 감독의 자기 축구
벤투 감독은 자기 축구에 대한 강한 신념과 함께 한국축구의 스타일을 바꾸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응원하고 존중한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의 아시아 축구의 위치 등 벤투 감독은 현실과 계속해서 부딪치면서 많은 고민과 수정을 할 것이다. 골키퍼 포지션도 이 중 하나로 고민에 고민이 거듭될 것이다.
벤투 감독은 한국대표팀을 맡고 치른 14번의 경기에서 김승규를 10번 선발로 기용했다. 벤투 감독이 한국대표팀을 맡고 치른 첫 번째 메이저 대회였던 아시안컵 주전 골키퍼도 김승규였다. 남은 3경기는 조현우, 1경기는 김진현의 몫이었다.
결과적으로 벤투 감독이 선택한 건 조현우의 손보단 김승규의 발이었다. 물론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대적인 개념이지 조현우가 발을 못 쓴다거나 김승규가 세이브에 약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김승규와 조현우의 차이는 이번 볼리비아전과 콜롬비아전 두 차례의 평가전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축구 데이터 분석 업체 팀트웰브에 따르면 볼리비아전 주전 골키퍼였던 김승규는 88.24%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콜롬비아전에 선발로 나선 조현우의 패스 성공률은 78.95%였다. 전력의 상대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수치만 봤을 때는 김승규의 발이 좀 더 정교했다고 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수치 중 또 하나는 공격 전개 시 도전적이며 공격적으로 앞으로 향하는 전진패스를 김승규가 2차례나 기록한 것이다. 이는 필드플레이어 전체를 합쳐도 5번째에 해당하는 수치다. 조현우는 콜롬비아전에서 전진패스를 기록하지 못했다. 볼을 점유하거나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를 추구하는 벤투 감독이 김승규 키퍼를 선호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데이터라 할 수 있다.
마지막까지 갈 싸움
조현우가 빛난 건 역시 세이브였다. 조현우는 콜롬비아전에서 소위 ‘미친 세이브’를 연발했다. 조현우는 콜롬비아가 때린 전체 슈팅 19개 중 골문 안으로 향한 7차례의 유효 슈팅 중에서 6차례나 세이브를 해냈다. 유효 슈팅 중 세이브 비율을 나타내는 슈팅 선방률이 무려 85.71%였다. 콜롬비아 감독인 케이로스는 경기가 끝난 뒤 “한국의 골키퍼가 너무나 잘했다. 세이브 쇼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린 몇 번이나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그것을 모두 멈춘 그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자신의 패배를 상대 골키퍼의 선방 탓으로 돌리는 화제 전환 화법일 수 있으나, 조현우의 연이은 슈퍼 세이브가 없었다면 꺼낼 수조차 없는 말이기도 했다.
김승규와 조현우의 특징과 강점은 이번 두 차례의 평가전을 통해서도 지켜볼 수 있었다. 프로리그의 소속팀 활약을 통해서도 지켜봤던 두 선수의 특장점이기도 하다. 지금껏 기용의 정도나 축구스타일을 봤을 때는 김승규가 벤투 체제에서는 앞서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승규는 그만큼의 능력과 자질을 갖춘 선수다. 하지만 이 골키퍼 경쟁이 이대로 쉽게 끝나진 않을 것 같다. 김형일의 고민처럼,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국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등 앞으로 더 중요하게 또 싸워 넘어서야 하는 상대는 볼리비아보단 콜롬비아 쪽이 가깝기 때문이다.
볼리비아전의 슈팅 차이는 22회 대 5회, 패스는 531회 대 181회, 패스 성공률은 90.21% 대 75.14%로 한국이 앞섰다. 반면 콜롬비아전의 슈팅 차이는 9회 대 19회, 패스는 253회 대 424회, 패스 성공률은 81.03% 대 88.92%로 한국이 뒤졌다. 월드컵 본선에서 볼리비아전과 같은 데이터는 나오기 어렵다. 콜롬비아전 스탯이 냉정하지만 현실적이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을 생각한다면 가정해야 하는 건 볼리비아전보단 콜롬비아전이다. 그러니 골키퍼의 발도 중요하겠지만, 손이 어쩌면 보다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 러시아 월드컵 수치만 봐도 그렇다. 당장은 김승규가 앞서 있지만 조현우의 추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은 이 때문이다. 김승규는 안정감을, 조현우는 빌드 업 능력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싸움은 진짜 마지막까지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