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검증 토토군 야설 다운이 엄마 - 7부
어른들의 야썰 단편 성경험 이야기
먹튀검증 토토군 야설 다운이 엄마 - 7부
301호의 현관문을 통해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 내부는 크게 화려하지 않고,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집처럼 소박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너저분한 것도 없고 정리가 잘 되어서 상당히 시원하고 깨끗해 보이는 집안이었다.
“뭘, 그렇게 둘러보니?.”
“하하. 그냥 집 구경 좀 했어요.”
“어차피 민수 집이랑 똑같은데, 뭐 볼 게 있다고. 호호”
“똑같긴 한데, 저희 집은 이렇게 깨끗하진 않아요. 남자 홀로 사는 집이라...하하”
가볍게 집 이야기를 한 후, 나는 다운이 엄마에게 방금 마트에서 사온 딸기 상자를 내밀었다.
“뭘, 이런 걸 사왔니?.”
“그냥요. 하하.”
“그냥 와도 괜찮은데... 아참. 배고프지?. 저기 식탁에 앉아. 금세 차려줄게...”
딸기 상자를 건네받은 다운이 엄마는 부엌으로 향했고, 나는 그녀 뒤를 따라 걸어갔다. 그리고 식탁의 한 자리에 앉았다. 식탁에 앉아 있는 내 코에는 김치찌개 냄새가 났는데, 가스레인지를 쳐다보니, 냄비 하나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김치찌개인가 보죠?.”
“응. 돼지고기 넣어서 끓여봤는데, 김치찌개 좋아하지?.”
“뭐. 저야 뭐든지 잘 먹죠.”
“조금만 기다려...”
다운이 엄마의 손길이 바빠졌다. 나는 식탁에 앉아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다운이 엄마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다운이 엄마는 주황색 주름 원피스를 입었는데, 옷만 놓고 보면 조금은 촌스러워 보였지만, 의외로 다운이 엄마에게는 잘 어울렸다. 생각해 보면, 큰 키를 가지면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다운이 엄마에게 어울리지 않을 원피스가 없겠지만...
“아참. 그런데 아저씨는 언제 오시나요?.”
한동안 저녁 식사 준비를 하던 다운이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정작 다운이 아빠가 집안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집에 들어오면서 다운이 아빠를 찾아 인사를 하는 것이 정상이었을 텐데...
“아, 다운이 아빠는 오늘 안 와. L 중학교 야구부 감독이라고 했잖니. 최근에 주말리그제로 바뀌면서 주말에는 퇴근하지 않고 제자들하고 훈련하고 경기를 해.”
“그렇군요. 인사 드려야 하는데...”
“일요일 저녁에 오시니까, 그때 보면 되겠네...”
“네...”
나와 대화를 하면서 다운이 엄마는 어느새 식탁에 한 상 가득 차렸다. 식탁 가운데에는 돼지고기를 듬썩듬썩 썰어 넣은 김치찌개가 식욕을 돋우고 있었고, 기타의 여러 반찬들도 매우 간결하고 맛 좋아 보였다.
“쩝... 와. 정말 맛있네요.”
숟가락으로 김치찌개를 한 입 맛보고 난 감탄사를 내질렀다. 김치찌개가 상당히 맛이 좋았다.
“그래?. 맛 괜찮다니, 좋네. 많이 먹어...”
“네.”
씩씩하게 대답을 한 나는 아주 맛있게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김치찌개에 밥을 비비며 밥도 두 그릇이나 먹었고, 다운이 엄마는 이런 나의 모습을 참으로 흐뭇하게 봤다. 김치찌개도 좋았지만, 꽤 즐거운 저녁식사였다. 물론, 오랜만에 다운이 엄마와 단 둘이 있는 것도 한몫했다.
“으아아. 더 이상 못 먹겠네요. 잘 먹었습니다.”
“그래?. 많이 먹었어?.”
“제 배를 보세요. 돼지가 되었네요.”
“호호호.”
내가 일부러 배를 내민 후, 오른손으로 배를 통통거리자, 그 모습이 재밌는지 다운이 엄마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누가 한 말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여자는 웃을 때가 제일 예쁘다’라는 말에 상당히 공감을 했다. 40살이 훌쩍 넘은 다운이 엄마였지만, 여전히 그녀는 아름다웠다.
“과일 먹을래?.”
“아니요. 배가 불러서....”
“그럼 커피로 할까?.”
“네... 맛있는 커피 부탁합니다. 하하..”
“호호... 거실 소파에 앉아서 기다릴래?.”
“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난 식탁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서 다운이 엄마가 가져올 커피를 기다렸다.
“민수는 설탕 어떻게?.”
부엌에서 다운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피에 설탕이라...
“저....음. 그냥 가득이요.”
“호호호호.”
평소에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기 때문에, 커피의 맛이 어떤지는 잘 몰랐다. 그냥 다방 커피처럼, 자판기 커피처럼 달달하면 그만이었다. 설탕 가득이라는 나의 대답에 다운이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는데, 그냥 텔레비전에서 본 것처럼 설탕 두 스푼이라고 대답할 걸하고 조금은 후회가 되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는데, 다운이 엄마가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다운이 엄마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 있었고, 쟁반 위에는 고풍스러워 보이는 커피 잔 2개가 올려 져 있었다.
“민수도 많이 변했네.”
“그래요?.”
내 옆에 조금 떨어져 앉은 다운이 엄마가 나에게 커피 잔을 넘겨주며 물었다. 나는 뜨거운 커피에 살짝 입을 축이고 되물었다. 내가 어떻게 변했다는 것일까?. 뭐, 10년 이상 지냈는데, 변하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것은 아닐까?.
잠시 내가 어떤 변화가 있는지 생각을 해봤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막상 떠오른 것은 없었다. 다운이 엄마가 나를 마지막으로 봤던 15살 때보다, 키가 5cm 자란 것?. 체중이 10kg 정도 늘어난 것?. 도대체 뭘까?.
“음. 민수가 어렸을 땐 말이야....”
“.........”
“조금은 과묵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줌마랑 농담도 하고.... 조금 활달해졌다고 해야 하나?. 나쁘게 말하면 수다스런 남자가 된 것 같고...호호호.”
“하하하. 저도 이제 곧 30살이 되고, 또 사회생활 하다 보니....말이 조금 늘었죠. 하하”
“하나 더 있다면, 민수도 이제 아저씨 다 됐다는 생각이 드네. 얼굴에 수염이...”
“켁. 그래도 아직은 총각이랍니다.”
다운이 엄마와 커피를 마시면서, 유쾌하게 대화를 했다.
대화를 하는 도중에 다운이 엄마의 몸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소파에 앉은 다운이 엄마의 주황색 주름치마가 몸 위로 말려 올라가면서 다운이 엄마의 무릎 위까지 드러났는데,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매력이 느껴졌다. 새하얀 피부와 함께 매끄러워 보이는 다운이 엄마의 각선미... 어떻게 하면 40살이 넘어도 저런 다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
“그건 그렇고 아까는 못 알아 볼 뻔 했네요.”
“그래. 나도 민수가 수염이 많아서 못 알아 볼 뻔 했어. 호호.”
“에이. 농담 그만 하시고요. 하하. 아줌마가 짧은 머리라... 예전에는 길지 않았나요?.”
분명 10여 년 전의 다운이 엄마는 긴 생머리를 유지했었다. 그 긴 머리를 뒤로 묶었을 때 드러나는 다운이 엄마의 앙증맞은 귀와 가느다랗고 부드러워 보이는 목선이 인상적이었는데, 지금의 헤어스타일은 사뭇 달랐다. 아니, 완전히 달랐다. 보통의 남자들이 조금 머리를 길렀을 때의 모습처럼, 여자치고는 상당히 짧았다.
이런 짧은 헤어스타일의 경우 보이시한 매력을 지닌 여자들이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목구비가 워낙에 뚜렷하고 피부 좋은 다운이 엄마였으니, 짧은 헤어스타일이 결코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약간은 도도한 이미지가 풍겼으니...
“예전에는 긴 생머리였는데... 나이가 들다보니 귀찮아져서... 짧은 머리 어때?. 괜찮아?.”
“하하. 여전히 예쁘시네요.”
“호호호. 그 말은, 예전에도 예뻤단 말이지?.”
“하하하하. 네네.”
다운이 엄마는 10여 년 전보다 더욱 더 유쾌해진 느낌이었다. 더구나 항상 웃는 얼굴이라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재주까지 있었다. 정작 당사자인 다운이 엄마가 그 사실을 아는지는 몰랐지만.
“아참. 캐나다에 어학연수 간 다운이는 언제 오나요?. 보통 어학연수는 짧게 6개월... 길게는 2-3년 정도라던데....”
갑자기 다운이 소식이 궁금해서 다운이 엄마에게 물었다. 캐나다에 어학연수를 갔으니,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고 그때는 다운이랑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운이는 어떻게 변했을까?. 어렸을 때도 그렇게 성숙하고 예뻤는데, 혹시 지금은 세상 남자를 울리는 여신으로 변하지는 않았을까?. 외모만 놓고 보면 충분했다.
“아... 그게, 저기. 좀 오래 걸릴 거야.”
“오래요?.”
“그게... 두 달 전쯤에 갔거든. 2년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
“2년이요?. 도중에 한국에 오겠죠?.”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네. 다운이가 고집이 있잖니. 2년 계획을 하고 갔으니...”
“에휴. 어학연수도 좋지만, 가족이 정말 중요한데... 아줌마 다운이 많이 보고 싶으시겠다...”
“그렇지. 뭐...”
다운이 이야기를 꺼내자, 다운이 엄마의 표정이 조금은 어두워졌다. 벌써 두 달이나 지났으니, 딸이 보고 싶긴 할 테지. 괜히 다운이 엄마를 우울하게 한 것 같아서, 화제를 돌려서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도서관 사서가 된 계기, 도서관 사서를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 등, 크게 재밌지 않는 주제 같았지만, 다운이 엄마는 생긍 생글 웃으며, 때론 맞장구도 쳐주고 이야기를 들어줬다.
그렇게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밤 9시가 넘어 갔다. 10여년 만에 만나서 반가운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운이 엄마가 혼자 있는 집에 오래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 이만 가볼게요.”
“그래. 아이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그러게요.”
“민수랑 오랜만에 이야기를 하니, 너무 즐거워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네...”
“저도 그래요. 즐거웠어요. 저녁도 잘 먹었습니다.”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향했다. 다운이 엄마는 나를 배웅하기 위해서 뒤따라왔다.
“아참. 아줌마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연락처?.”
“제 연락처도 알려드릴게요. 무슨 일 생기면 서로 도와주면 좋잖아요. 택배 같은 것 오면 서로 물건 맡아주는 것도 좋을 것 같고...”
“호호. 핸드폰 줘봐. 번호 찍어줄게...”
“네. 여기요.”
현관문 앞에서 난 다운이 엄마에게 핸드폰 번호를 물어봤다. 다운이 엄마는 흔쾌히 내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찍어줬다. 다운이 엄마에게 핸드폰을 건네받은 나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시 인사를 했다.
“잘 먹었습니다.”
“몇 번째니?. 호호. 잘 가.”
“네. 아줌마 담에 봐요.”
그렇게 301호를 나왔다. 그리고 401호인 우리 집으로 가기 위해서 계단을 올라갔다. 지금 내 몸과 마음이 상당히 따뜻하고 훈훈해짐을 느꼈는데, 아무래도 10여 년 전의 추억 속에 빠진 듯 했다.
내 첫사랑에 가까운 다운이 엄마를 이렇게 우연찮게 만날 수 있게 되다니, 마침 꿈과 같았다. 집에 돌아온 나는 소파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다운이 엄마가 찍어 준 번호가 기록되어 있었다. 다운이 엄마의 번호를 핸드폰에 저장 시켰다. 그리고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물론, 다운이 엄마 핸드폰으로 전송을 하기 위한 문자였다.
- 아줌마 반가웠어요 좋은 밤 되세요^^
문자를 전송했다. 내 문자를 받았으니, 다운이 엄마도 자연스레 내 번호를 저장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약 2분이 지나고 예상대로 다운이 엄마에게 답장이 왔다.
- 나도 방가방가 ^^* 민수도 굿밤
풋. 다운이 엄마의 문자를 받고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문자를 보낸 아줌마의 센스가 아이돌 가요로 표현하자면, ‘10점 만점에 10점’이었다. 또한 생각하지도 못한 다운이 엄마의 귀여운 모습을 보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다운이 엄마와 우연찮게 재회를 하고, 저녁식사를 같이 하며, 문자를 주고 은 그 날, 잠자리에 든 나는 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예측하지 못한 다운이 엄마에 대한 설렘이 나의 기분을 들뜨게 했고, 또 한편으로는 나를 자극 시켰다.
그리고 10여 년 전의 다운이 엄마에 대해 철없는 행동을 했던 나를 떠올리며, 모처럼 아주 짜릿한 자위행위를 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다운이 엄마는 여전히 아름다움을 알 수 있었으니... 그렇게 다운이 엄마에 대한 욕망을 분출한 후, 나는 천천히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날,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거의 정오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주중에 일한 내 육체에게 스스로 주는 휴식이었다.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지난밤에 대해 기억을 했다. 다운이 엄마와 저녁식사를 함께했고, 즐겁게 대화를 나눴으며, 연락처를 교환 했었다. 난 침대에 걸터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핸드폰의 전화부에는 ‘그녀’라는 이름으로 다운이 엄마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 생각해 보면 다운이 엄마의 이름도 몰랐다. 옛날부터 그녀는 다운이 엄마라고 불렸으며, 나는 ‘아줌마’라는 호칭을 썼었으니...
어찌 됐든, 다운이 엄마가 조금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는데, 마치 암과 같았다. 뿌리를 뽑지 않으면 계속 되살아나는 것처럼, 10여 년 동안 잊고 있던 다운이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자, 옛 감정이 살아난 듯 했다.
전화를 해볼까?. 말까?. 다운이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마땅히 어떤 말로 시작을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다. 의미 없이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나의 모습은 마치 연애를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10대 소년이 또래의 여학생에게 고백을 할까, 말까, 우물쭈물 대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지... 배부터 채우자.”
결국에는 다운이 엄마에게 전화를 하지 못하고, 늦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위해서 핸드폰을 놓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부엌으로 향하려는데, 흔한 일일 연속극의 뻔한 상황처럼 내 손을 벗어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
뒤를 돌아 핸드폰을 집어서 발신자 확인을 해보니, ‘그녀’라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다운이 엄마였다. 다운이 엄마의 예상 밖의 전화에 나는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민수니?. 아줌만데...
“네. 아줌마. 말씀하세요.”
전화를 통해서 듣는 다운이 엄마의 목소리는 경쾌했다. 얼굴을 보지 않고 목소리만 들으면, 20대의 여성이라고 해도 깜짝 속을 판이었다.
- 다름이 아니라, 내일 저녁에 시간 돼?. 다운이 아빠랑 같이 식사를 했으면 하는데...
내일?. 내일은 일요일이었다. 아. 생각해보니 지난밤에 다운이 아빠가 일요일에 집에 온다고 들었던 것 같았다.
“네. 시간 되는데요.”
- 그럼.. 내일 저녁 7시쯤 우리 집으로 올래?.
“그럴게요. 마침 아저씨도 보고 싶었는데...”
다운이 아빠와의 만남. 사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다운이 아빠에 대해 크게 기억이 남는 게 없었다. 거의 3년간 이웃집에 살았지만, 다운이 아빠와 대화를 해 본적도 거의 없었고, 무엇보다 프로야구선수라는 직업 때문에 자주 마주칠 일도 없었다.
- 아참. 민수야.
“네?.”
- 이번에는 빈손으로 와.
“하하하. 꼭 빈손으로 갈게요.”
- 호호호. 그럼 내일 보자.
지난밤에 다운이 집을 방문했을 때, 내가 사간 딸기 한 상자가 다운이 엄마는 마음에 걸렸던 듯 했다. 어찌 됐든, 다시 한 번 저녁식사 초대를 받은 나는 다운이 엄마와 유쾌하게 전화통화를 마쳤다.
통화를 마치고 식사를 한 나는, 그날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 스포츠, 영화 채널을 시청하는 편이었다. 모처럼 프로야구 중계방송을 본 후, 밤 10시쯤에 영화 채널을 돌렸는데 ‘생활의 발견’이라는 영화를 하고 있었다.
늦은 밤, 외로운 총각, 19금 영화. 딱히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은 없었지만, 상황이 그러해서 생활의 발견이라는 영화를 봤다. 19금 영화이니, 최소한의 베드신과 여자의 가슴 정도는 노출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봤는데, 영화를 본 후, 거의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한 보람을 느꼈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전혀 몰랐지만, 최소한 주인공 김상경이 매우 부러다는 점과 생각지도 못한 추상미의 묵직한 가슴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큰 틀에서 보면 영화의 제목대로 ‘발견’이라 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본 후, 나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방금 전 본 영화처럼 내가 김상경이고, 다운이 엄마가 예지원이나 추상미였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즐거운 상상은 나의 중심을 묵직하게 했고, 그날도 다운이 엄마를 떠올리며 욕망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다.
컴퓨터를 하고, 책을 보고, 텔레비전을 보다보니, 어느새 다운이 엄마에게 초대 받은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간편한 옷차림으로 집을 나와서 계단을 통해 301호로 내려갔다. 벨을 누른 후, 기다리니 301호의 현관문이 열렸고, 큰 등치의 사내가 나를 맞아줬다. 다운이 아빠였다.
“민수야. 오랜만이야. 아니, 이제는 민수 군이라고 해야 하나? 하하.”
“잘 지내셨어요. 아저씨.”
다운이 아빠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다운이 아빠를 쳐다봤다. 여전히 다운이 아빠는 체격이 좋았다. 키가 190cm 정도?. 얼굴은 까맣고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순수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예전과 달리 크게 변한 건 없어 보였지만, 변한 것이 있다면 머리가 조금 벗겨지고 운동을 그만둬서 그런지 배가 나온 것 정도랄까?.
“호호. 어서와. 민수야....”
다운이 아빠의 뒤에 있던 다운이 엄마가 나를 보고 생글생글 웃으며 반겨줬다. 나는 현관문을 통해서 301호로 들어갔는데,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내 코에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느껴졌다. 이날의 저녁 메뉴는 돼지 갈비와 잡채였다.
우리 셋은 많은 대화를 하면 유쾌한 저녁식사를 보냈다. 특히나 다운이 아빠의 입담이 좋았는데, 이것 역시 예전과 조금은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원래 내가 다운이 아빠를 잘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자네도 술 좋아하지?.”
“하하하. 그냥 남자 혼자 살다보니, 혼자서 홀짝홀짝 마시는 경우가 많아서...조금 할 줄 압니다.”
“여보. 술 상 좀 봐와.”
저녁식사를 마친 후, 다운이 아빠와 나는 자연스레 술자리를 가졌다. 다운이 엄마가 술상을 봐왔고, 다운이 아빠와 나는 술상을 중앙에 놓고 마주 앉았다. 그리고 맥주를 서로의 잔에 따라주며 건배를 하며 마시기 시작했다. 얼핏 보니, 다운이 엄마는 부엌에서 설거지 등을 하는 듯 했다.
“그래서 그때 내가 말이야. 전 수비에서 실책을 하는 바람에... 솔직히 위축이 되어 있었거든...”
“그래도 그 후에 결정적인 홈런 하나를 치셨잖아요.”
“아. 이거 맥주로는 부족한 걸. 여보... 소주 좀 가져와 봐.”
“적당히 좀 드시지... ”
술자리가 길어졌고, 다운이 아빠와 나는 어느새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특히, 다운이 아빠가 1999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결정적인 역전 홈런을 친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조금만 마셔요.”
어느새 다가온 다운이 엄마는 소주병을 다운이 아빠에게 건네며,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남색 원피스를 입고 자리에 앉은 다운이 엄마의 자태가 상당히 품위가 느껴지고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받아.... 그런데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지?.”
“실수를 해서 위축이 되었다고....”
“아. 맞아. 맞아.”
어느새 맥주로 시작한 술자리는 소주가 등장하면서 소맥으로 달리기 시작하게 되었다. 내일이 월요일이고 출근을 해야 함에도 크게 부담은 되지 않았다. 딱히 잘하는 것은 꼽기 힘들었지만, 그 누구보다 술은 강하다고 생각했으니...
“위축이 된 상태로 다음 타석에 등장을 했는데... 마침 2사 1-2루의 찬스였어. 2점차로 뒤지고 있었는데... 7회말 이었지... 여기서 내가 못 치면 팀이 질 것 같았어... 8-9회에는 상대팀에게 특급 소방수가 있었으니...”
“저도 기억나네요. 그때 아저씨가 역전 스리런 홈런을 쳤잖아요. 좌중간 담을 훌쩍 넘었던 것 같은데...”
“하하하. 내 자랑은 아니지만.. 분명 그랬지. 그런데 그때 참 운이 좋았어. 사실.... 이건 비밀인데.... 2스트라이크에 몰려서 그냥 가운데만 생각하고 눈감고 휘둘렀거든... 그런데 그게 정확히 배트 중심에 맞은 거야.”
“눈을 감으셨다고요?.”
“하하하. 그래서 비밀이라고 했잖아. 자신이 없었거든....”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홈런을 눈 감고 치셨다니....우와아...”
“자자. 건배. 어디에 가서, 1999년 정민석 선수가 눈감고 빠따를 휘둘렀다고 말하면 안 되네...”
“하하하.”
다운이 아빠의 한국시리즈 홈런에 대해 대화를 한창을 나눴다. 그 극적인 홈런을 친 다운이 아빠는 1-2군을 오르락내리락하던 무명선수에서 한국시리즈 MVP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그러나 짧은 영광 뒤에는 큰 상처가 있었다. 다운이 아빠가 그 다음 시즌에 채 10경기도 출전을 하지 못하고 무릎 부상으로 재활에 들어갔고, 결국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듬해에 은퇴를 선언했다.
그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운이 아빠와 나는 술병을 비워 나갔고, 다운이 엄마는 옆에서 우리들의 술잔을 채워줬다. 다운이 엄마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한참 술을 마신 후, 대충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덧 밤 10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소맥으로 달린 후에는 다운이 아빠가 급속도록 취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운동선수 출신이 술에 강하다고 하지만, 다운이 아빠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듯 했다.
“아아...”
“괜찮으세요. 아저씨?.”
“그래그래. 괜찮고말고....”
“아참. 아저씨도 다운이 많이 보고 싶겠네요.”
“그래... 다운이... 다운이 보고 싶지... 보고 싶지....”
“딸 사랑은 아버지라는데... 하하. 물 건너갔으니.... 제가 딸이 있어도 많이 그리울 듯 하네요.”
“아.... 다운이..... 다운이.... 3년 전에.... 보고 싶지...”
다운이 아빠는 술에 취해 다운이를 보고 싶다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3년은 뭐지?. 다운이 엄마의 말에 따르면 캐나다로 유학을 간지, 두 달 정도 됐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이는... 다운이 캐나다로 어학연수 갔잖아요. 민수야 아저씨가 취했나 보다... 이제 그만 마셔요.”
“그래그래. 그만 마셔야지.....그래그래...”
그래그래를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다운이 아빠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정신을 놓았다. 그 모습을 보고 다운이 엄마는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나를 보고 빙긋 웃으며 말을 했다.
“민수야 좀 도와줄래. 아저씨 침대로 좀 모시자.”
“네.”
자리에서 일어난 후, 다운이 엄마와 함께 다운이 아빠를 부축해서 안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침대에 다운이 아빠를 조심스레 눕혔다. 그 후 다운이 엄마는 다운이 아빠의 겉옷을 벗기기 시작했고, 난 거실로 나와 다시 술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소맥 한잔을 들이켰다.
아직까지는 괜찮았다. 취기는 올라왔지만,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혼자 잠시 술잔을 기울이던 나의 머릿속엔 문득 흥미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과거 대학시절에서도 겪었듯이, 남녀가 술자리를 가지면, 몸과 마음이 흐트러지고 꼭 사건이 터졌는데, 지금 이 상황에 그것을 이용할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술을 마시게 해도 다운이 엄마를 당장 오늘 어떻게 할 수는 없었지만, 조금은 속마음을 알아낼 수는 있을 듯 했다.
시간을 보니, 밤 10시가 조금 넘었다. 늦은 시간이지만, 술자리를 파하기에는 아쉬운 시간이기도 했다. 얼마 후, 다운이 엄마가 안방에서 나왔다. 다운이 아빠의 겉옷을 벗겨내서 조금 힘든 기색이 느껴졌지만, 여전히 밝은 얼굴이었다.
“아저씨가 술을 잘 못해. 운동선수일 때는 술 한잔도 입에 대지 않았거든...”
“그렇군요.”
다운이 엄마가 나에게 다가오며 말을 했다. 그러나 술상 앞에는 앉지 않았다. 무언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이대로 술자리가 끝날 분위기였다.
“지금도 많이 드시지는 않은데... 꼭 술을 마신 날에는 정신을 놓으니... 민수, 네가 이해하렴.”
“이해할 게 뭐 있나요. 하하하.”
여전히 다운이 엄마가 술상 앞에 서 있었다. 난 그런 다운이 엄마를 보며 말을 했다.
“아줌마. 한 잔 해요.”
“나?. 난 술 잘 못하는데... 시간도 늦었고...”
다운이 엄마가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난 술상에 남은 술을 가리키며 다운이 엄마에게 다시 한 번 제안했다.
“딱 남은 술만 마셔요. 아줌마랑 오늘 대화도 많이 못했는데.... 괜찮죠?.”
“그... 그럴까?.”
다시 한 번 제안에 다운이 엄마가 술상 앞에 앉았다. 나는 빈 잔을 들어 다운이 엄마에게 건넸다. 그리고 맥주를 따라주며 말했다.
“우리 건배해요.”
“건배?. 그래. 건배!”
다운이 엄마와 나는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그리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가볍게 원 샷을 한 후, 술잔에서 입을 뗀 다운이 엄마의 입술을 쳐다봤다.
술기를 머금은 다운이 엄마의 입술이 앵두처럼 반짝거렸다. 미치도록 빨고 싶을 만큼의 충동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운이 엄마에게 빈 잔을 내밀었다.
“저도 한 잔 따라주세요.”
왠지 술맛이 좋은 밤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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